
3년 전 중국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봐야 했던 ‘우완 특급’ 곽빈(두산 베어스)이 일본 땅에서 마침내 활짝 웃었다.
곽빈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11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1실점 쾌투를 펼쳤다.
앞서 21일 이번 대회 최고의 난적인 대만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노히트 10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가공할 투구를 선보였던 곽빈은 이번 대회 가장 중요했던 2경기를 홀로 책임졌다. 대회 통산 성적은 2경기 12.1이닝 19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은 단 0.73에 불과했다.
이 투혼의 피칭은 3년 전 항저우에서 족쇄처럼 따라붙은 ‘무임승차’ 논란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환희의 피날레였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에 발탁됐던 곽빈은 조별리그 첫 경기 등판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갑작스러운 담 증세를 느껴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대회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대표팀의 금메달을 지켜봐야 했다. 의도치 않은 악재였음에도 일부 야구팬들은 공 한 개 안 던지고 병역 혜택을 챙겼다며 ‘무임승차’라는 비아냥을 퍼부었다.
당시 곽빈은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몸이 아파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며 “동료들이 괜찮다고 격려해 줬지만, 다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내 실력으로 증명해 보이겠다”고 칼을 갈았다.
그리고 3년 뒤 기회가 찾아왔다. 곽빈은 지난 6월 발표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항저우의 아픔 이후 곽빈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격하게 성장했다. 2024시즌 한 시즌 개인 최다인 15승을 거두며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선발의 중책을 수행했다. 올해 정규시즌에는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에 칼날 같은 제구력까지 더해지며 26경기 11승 7패 평균자책점 2.26, 186탈삼진으로 리그 최다 탈삼진 및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는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 투수’로 올라섰다.

25세 이하 위주로 구성되는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류지현 감독이 단 3장뿐인 와일드카드 중 하나를 곽빈에게 주저 없이 투자한 이유기도 했다. 류 감독은 “확실히 1~2경기를 책임져 줄 에이스 선발이 필요했고, 곽빈이 가장 적합한 카드였다”고 강한 신뢰를 보였다.
감독의 믿음에 곽빈은 실력으로 답했다. 5연패의 최대 분수령이었던 대만전에서 최고 157km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의 위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슈퍼라운드에서 한국에 0-5 치욕을 안겼던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는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6회까지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상대 타선을 완벽히 요리했다. 7회 주자를 남겨두고 아쉽게 1실점 하긴 했으나, 111구 투혼으로 일본 타자들의 기세를 완벽히 꺾어 놓았다.
3년 전 항저우에서 마음의 빚을 졌던 곽빈은, 이번 나고야에서 대표팀의 에이스로 당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병역 혜택’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동료들에게 선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곽빈은 “사실 부담이 정말 컸다. 어쩌면 내 야구 인생 마지막 아시안게임일 수도 있었는데, 3년 전의 빚을 비로소 갚은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며 참았던 미소를 지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