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망명을 시도하다 중국에서 체포된 북한 해커 배용주 씨가 결국 북한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배 씨는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북한 측에 넘겨졌고 이후 주중 북한대사관 지하 공간에서 장기간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에는 전신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에 실려 평양으로 강제 이송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동안 신변 문제를 고려해 공개되지 않았던 배 씨의 이름도 사망 소식이 확인되면서 처음 공개됐다.
국제 인권 단체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은 29일 공개한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 중국’ 보고서에서 배 씨 사례를 다뤘다. TJWG는 내부 제보를 통해 배 씨가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그동안 보류했던 실명 공개에 나섰다.
배 씨는 북송 재일교포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대남공작원 양성 기관으로 알려진 마동희군사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으로 파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암호화폐 탈취와 한국 정부기관, 중국 군사기관 관련 정보 수집 업무에 투입됐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다.
이후 배 씨는 한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중국 내몽골 지역에서 국경을 넘으려다 중국 당국에 붙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곧바로 북한에 넘기지 않고 후허하오터에서 약 6개월간 별도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 측 조사가 길어지자, 북한도 배 씨의 신병 인계를 요구했다. 이후 중국은 배 씨를 선양 북한 총영사관으로 넘겼고 배 씨는 다시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고서는 전했다.
TJWG는 배 씨가 주중 북한대사관 지하 공간에서 약 1년 동안 감금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북한이 망명을 시도하거나 이탈 가능성이 있는 자국민을 대사관 내부 시설에 가둔 뒤 조사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송 과정도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8월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고려항공 노선이 다시 운영되자 북한 측은 배 씨를 환자처럼 꾸며 평양으로 데려간 것으로 보고됐다.
한 대북 사업가는 당시 배 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관절 부위를 묶고 전신에 석고를 한 상태였다고 TJWG에 증언했다. 배 씨는 휠체어에 탄 채 항공편에 탑승했고 도주나 저항을 막기 위해 환자처럼 보이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TJWG는 배 씨 사례를 북한이 해외 체류 자국민의 이탈을 막기 위해 벌이는, 이른바 ‘여우사냥’의 한 사례로 분류했다. 해외 파견 인원이 정해진 이동 경로에서 벗어나거나 연락이 두절될 경우 소재를 추적한 뒤 체포와 송환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 주민뿐 아니라 외교관과 유학생, 당 간부, 특수 파견 인력 등도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망명 가능성이 포착될 경우 베이징으로 유인한 뒤 대사관에 감금하거나 자체적으로 소재 파악이 어려우면 중국 공안의 협조를 끌어내는 방식도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배 씨 사건은 결국 중국에서 시작된 탈출 시도가 장기 조사와 강제 북송으로 이어진 뒤 사망 소식으로 끝난 사례로 공개됐다. TJWG는 이번 사례를 통해 북한의 해외 파견 인원 통제 방식과 중국 내에서 이뤄지는 송환 문제를 다시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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