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 편지를 작성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김 의원 전 보좌관이 방송에 나와 입을 열었다. 이 전 보좌관은 김 의원이 경기도당위원장을 지내던 시절의 회계 부정 의혹을 7개월 동안 당내에 알렸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전 보좌관 A씨는 28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출연해 문건을 작성해 이 대통령에게 편지 형식으로 보내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A씨는 얼굴을 공개한 채 스튜디오에 나왔다. 이름은 본인 요청에 따라 밝히지 않았다. A씨는 김 의원의 고등학교 2년 선배다.
김 의원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야당의 사퇴 요구에도 임명이 강행되는 분위기였지만 A씨 등이 청와대에 편지와 탄원서를 전달한 뒤 기류가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A씨는 편지를 보내기까지 “무려 7개월간의 긴 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김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된 뒤 임명이 강행된다는 정보를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이 대통령과 소통하는 채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김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통해 조달청 카르텔 문제를 크게 이슈화했을 때 생긴 채널이라는 설명이다. A씨는 “1년에 몇 번 정말 이건 안 된다고 할 때 쓰는 채널”이라며 “대통령이 마지막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김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안 되는 이유로 이해충돌을 먼저 꼽았다. A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이전에 들었다. 아마 기소가 될 것”이라며 “자기가 속해 있던 조직이 수사를 받고 있는데 그 수사기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무부 장관이 된다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A씨는 “김승원을 위해서, 민주당을 위해서, 대통령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안 되는 것이었다”고 했다.
A씨는 김 의원이 문제를 알고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페이백을 비롯해 모든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이러이러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나도 이야기를 했고 다른 중진 의원들까지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는데 (김 의원이) 뭉갰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보낸 것은 탄원서가 아니라 편지라고 강조했다. 탄원서는 또 다른 보좌관 B씨가 따로 보냈다는 것이다. A씨는 편지 앞부분에는 대통령에게 마음을 열어 달라는 내용을 담고 뒷부분에는 강한 이야기를 적었다고 설명했다.
A씨가 편지를 보낸 시점은 17일 오전 11시 11분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진행되던 무렵이다. 이 대통령은 이튿날인 1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A씨는 이 대통령이 편지를 읽었다고 했다. 텔레그램의 읽음 표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 A씨는 “예전 지사 시절이나 대표 시절에는 가끔 ‘고맙다’는 답이 오기도 했다”면서도 “그것을 갖고 나랑 대통령이 친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 안 보내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빠르게 연락이 왔다. A씨는 홍 수석에게 먼저 문자로 답이 왔다고 밝혔다. 이후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돼 10분가량 전화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홍 수석과 통화를 마친 뒤 김용민 민주당 의원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이 일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A씨는 김용민 의원이 “나한테도 불똥이 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A씨는 김용민 의원이 팩트 체크를 해 줬다며 이를 홍 수석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A씨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에게도 전화했다고 밝혔다. A씨는 김의겸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여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막아 달라고 요청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설마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바로 그날 채택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적어도 하루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A씨는 두 의원에게 회계 부정 문제와 추가 의혹 일부를 구두로 설명했을 뿐 탄원서를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누가 이 사안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A씨는 두 가지를 나눠 설명했다. A씨는 “경기도당 회계 부정 문제는 굉장히 많은 민주당 의원 등이 알고 있었다. 내가 알렸다”고 말했다. 반면 B씨가 탄원서에 담은 추가 의혹은 당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개인 정보 등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다.
박 앵커는 B씨의 탄원서에 성추행 의혹과 음주운전, 폭언 의혹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A씨는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A씨는 자신이 실수할 수도 있으니 관련 내용을 이야기하지도 말라고 B씨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4년 6월 술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민 의원에게 동석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김용민 의원이 당시 부적절한 일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며 “진실인 것 같다”고 했다.
A씨가 회계 부정 의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2월이다. A씨는 은퇴한 뒤 책을 쓰고 여행을 다니다 귀국한 무렵 B씨에게서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B씨가 뉴스타파 기자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상해서 만났는데 4시간인지 6시간인지 굉장히 오랫동안 울면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로 당직자 급여를 이용한 페이백을 들었다. 급여를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조카처럼 여기던 친한 선배의 아들이 이 일에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선배가 아들에게 직접 물어봤고 사실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A씨는 “35가지 사례를 정리했는데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치명적인 것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A씨가 예로 든 것은 2024년 총선 무렵 경기도당이 두 차례 보낸 투표 독려 ARS 음성 메시지다. A씨는 이 비용으로 3억원이 회계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여러 업체에 확인한 결과 ARS 비용은 초당 1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초짜리 메시지 한 통에 20원이라는 계산이다. 3억원이면 1500만명에게 보낼 수 있는 규모다. A씨는 “경기도 유권자가 1100만명 정도”라며 “두 차례에 나눠 보냈다고 해도 750만통인데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A씨는 경기도당이 유권자 전화번호를 알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회계 보고서에 기재된 업체가 대량 발송을 할 수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록 부가통신사업자가 아니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이 같은 자료가 기자들에게 전달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기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당이 행사를 열면서 호텔을 대관하지 않았는데도 대관비를 계상했다는 의혹도 언급됐다.
A씨는 조성된 자금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추정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A씨는 자금이 당 통장이 아닌 특정 당직자의 개인 통장에 모였다고 주장했다. 출장비 400만원, 업무추진비 600만원과 800만원 등이 모였다는 설명이다. A씨는 “공식 업무추진비 말고 추가된 업무추진비로 썼을 수 있다”며 “확인이 안 되는 자금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역위원회를 방문해 “수고했다”며 100만원, 200만원씩 격려금을 주는 용도로 쓰였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A씨는 과거 당 살림이 어렵던 시절 교통비 등을 마련하려고 생긴 관행이 지금까지 남은 것이라는 일각의 설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그렇다면 다른 당들도 그래야 하지 않느냐”며 “다른 당은 민주당보다 예산도 적고 당원도 적다”고 말했다. A씨는 “무엇보다 규모가 너무 크다”고 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당의 1년 예산은 70억원가량이다. A씨는 비자금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A씨는 민주당 중앙당의 감사도 문제 삼았다. A씨는 이미 강도 높은 특별감찰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B씨는 중앙당에 가서 고발인 조사까지 받았다고 했다. A씨는 “결론은 났는데 고발인에게 결과가 오지 않았고 아무도 모른다”며 “첫 번째 조치는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김 의원이 회계 부정을 주도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A씨는 “당헌·당규상 시도당 회계 책임자는 사무처장”이라며 “사무처장이 전결권을 거의 다 행사하고 위원장은 나중에 보고만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A씨는 김 의원이 과거 법원 가구 수의계약 논란 때 법원장들이 결재는 했지만 잘 몰랐다고 한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한 인터뷰를 거론했다. A씨는 “그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김 의원과 사적 감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부인했다. A씨는 김 의원실을 나온 뒤에도 조언과 정보를 계속 건넸다고 했다. A씨는 B씨에게서 “김승원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왜 계속 김승원을 사랑하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A씨는 편지 마지막에 이 대통령에게 “승원이를 제2의 조국으로 만들지 말라. 승원이를 위해서라도 빠른 결단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A씨는 18일 경기 수원의 한 장소에서 김 의원과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A씨는 이 자리가 최후통첩이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A씨는 “사퇴하라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다”며 “지금 여기서 멈추면 재기할 수 있지만 계속 가면 정말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 소장을 두고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빌런”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A씨는 “그것을 이야기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라며 말을 아꼈다.
A씨는 B씨 등과 함께 ‘오픈 시크리츠’라는 그룹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개된 공공 정보를 데이터로 분석해 사실을 밝혀내는 모임이다. A씨는 데이터 분석가와 변호사, 기자 등 5명가량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번 주에 충격적인 내용이 언론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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